‘진여의 법계에는
남(他)도 없고 나(自)도 없음이니,
요급(要急)히 상응하고자 한다면
둘이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 ’
이러한 법칙을 알려고 생각으로 자꾸
‘이게 무슨 뜻이지? 이게 어떤 것이지? ’
하고 생각으로 알아내려고 하면 잘 알아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러한 것을 모든 것을 놓고 내가 일체 둘이 아닌 쪽으로 맞춰 가면 오히려 거기서 알아지는 거죠. 내가 그것을 생각으로 측량하려고 그러면 측량이 안됩니다.
예를들어 학생이 점수가 좋으려고 하면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점수는 결과적으로 나오고, 공부를 안 하고 결과만 좋으려고 생각만 하면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결과는 안 나오잖아요.
그러하듯이 내가 공부만 열심히 하면 결국은 그 뜻을 헤아리려고 안 해도 알아진다는 거죠.
그래서 진여의 법계에는 나도 없고 남도 없고,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진여라고 하는 것은 일체 모두가 같은 자리죠.
일체가 크고 작고 이런 것이 없고,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이게 일체가 같은 거예요. 다 같아요. 좋은 것하고 나쁜 것 하고 같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좋은 게 있고 나쁜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 나쁜 것을 나쁜 걸로 보지 말라. 좋은 것하고 똑같이 봐라. 그러면 실제로는 진리는 좋은 것하고 나쁜 것하고 같기 때문에 나쁜 것이 나쁜 것이 아니고, 좋은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에는 좋은 것 나쁜 것이 없고 너와 나도 없고 이러한 것들이 없는 것입니다.
그게 모두가 같은 자리다, 한 자리다 이런 얘기입니다. 그래서 요급히 상응하고자 한다면 오직 둘이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 그러니까 그것을 진여眞如의 법계에는 나도 없고 남도 없는데 그것을 굳이 딱 거기에 상응되는 말로 한다면 오직 둘이 아니라고 말할 뿐인 것입니다.
이게 체體가 없는 그 공의 자리에서 공空이 화해서 색色으로 나투는데 색色은 항상 여러 개라고 했습니다.
색色은 많은 거고 공空은 하나인거예요, 하나! 하나인데 그 공空에서 많은 색色을 만들어내죠. 그러니까 그 만들어낸 모든 색은 색의 이면은 공空이잖아요. 그래서 공空으로 봐서는 이게 어떤 색도 다 그 한 공에서 나온 거기 때문에 똑같은 공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거기에는 크고 작고 이 좋은 거 나쁜 거 이런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냥 공일뿐이라는 것이죠.
어떠한 나쁜 것도 그게 공空이고, 좋은 것도 공空이고 하는데, 그 공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 나쁜 것 어떻게 규정지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일체 만물 모든 것을 다 품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것도,
작은 것도 공空이고
큰 것도 공空이고,
좋은 것도 공空이고
나쁜 것도 공空이고
그게 좋은 것이 또 좋은 걸로만 있는 것이 아니고,
들어가 가지고 공空이 돼서 또 다른 걸로 나오고,
들어가서 또 다른 걸로 나오고 하니
모든 색깔 자체도 측량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무엇이라고, 어떠한 색깔로 규정을 지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수없이 바뀌어버립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빨강이 파랑되고 파랑이 노랑 되고
콩이 팥이 되고 팥이 콩이 되고
이렇게 막 바뀌어 버려요.
그러니까 콩이 팥이 되고 팥이 콩이 되는 도리,
산으로 물이 가고 바다로 산이 들어가고.
바다 속에도 산 없습니까?
땅이 없으면 물도 없겠죠.
그래서 그렇게 이게 일체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크거나 작거나 이런 것이 규정이 지어져 있지 않고 움직이죠.
움직이면서 컸다 작았다 높았다 낮았다 좋았다 나빴다 하니까
현상계가 유지가 되지만
그것이 전부 이게 있는 것이 아니고 공空했다, 공空했다.
그 본질이 공했다 이런 거죠.
그래서 굳이 말을 한다면 둘이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하는 것입니다.
2008. 3. 28 신심명 법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