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득도

  • 현궁
  • 조회 7571
  • 2011.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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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 득도

 

 

깊은 숲속 오솔길을 따라 계속 걸어 면 길은 어느듯 사라져 버리고 태고의 신비가 가득한 심산유곡에 도달 합니다.

공기의 흐름 마저 깨뜨리지 않게 풀 벌레 소리 산새들의 소리도 전혀 없는 적막의 고요함이 감도는 깊고도 깊은 산속입니다.

아침 이슬이 나뭇잎 마다에 매달려 있고 희뿌연 엷은 안개가 숲속을 자욱하게 메우고 있습니다.

한 기척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귀를 쫑긋 세우고는 이 세상 어디라도 닿지 않는 곳이 없는 한 마음을 크게 열어 더듬어 봅니다.

그냥 호흡하고 있습니다.

신선한 솔잎 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음 이온 가득한 숲속 특유의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줍니다.

문득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생각 합니다.

석양에 비친 포항의 호미 곳에 손,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매끄러운 여배우의 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맞습니다"라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미흡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를 생각 해 봅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운동선수의 다리 훌륭하게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최고는 아닙니다.

은반위의 날렵하고 늘씬한 피겨 여왕의 다리, 황홀할 만큼 매혹적입니다.

하지만 모습일 뿐입니다.

그것들은 바로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갈라지고 거칠어진 손바닥의 손,

40년간 오른쪽 다리에 쇠붙이를 넣고 절뚝거리던 불구의 다리, 그러한 손과 다리로 여덟형제를 님의 몸보다 소중하게 키워내신 나의 어머님,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과 다리였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보고 싶을까? 항상 곁에 함께 하고 잇는데......

깨우쳐 득도하면 볼 수 있으리라.

그 전에 한번만 딱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안될까?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은하수 저 뒤편에 계시려나....

 

 

2011.07.08. 중국 닝보 엥커리지에서.

"몸은 바다위에 있으나 하루에도 몇 번씩 옛날 어머님과 숲속에 나무하러 갔던 기억을 되살리며 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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