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원문 -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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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문

 

청년회 성웅 김민영

 

2009년도 한 달이나 지나갔다. 2008년이 나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버려서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고 있었다.

발원문을 쓰라는 말에 그때서야 2009년 촛불재가 피부로 느껴졌다.

작년에 선원에 와서 꿈 가득히 자성을 찾는 법에 대해서 발원을 했었는데 일 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난 무엇을 얼마나 그리고 어디쯤 왔나 이런 걸 생각하니 그때의 설레던 마음과 달리 퇴보한거 같아 마음이 서글프고 고개가 숙여졌었다.

딱히 발원문처럼 된 것도 없지만 더 나아졌다 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한해를 돌이켜보니.

나는 일 년간의 세월동안 좀 더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고 현실의 나를 보는 법. 즉 주제 파악을 좀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시 발원을 하려니 자신이 없고 생활에 치이다 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도 인정하고 놓으니 올해는 누가 뭐라 해도 중심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내 안에서 원하는 것이다. 힘들어서 도움이 되어서 이런 구실이 아니라 없는 중심이 굳게 세워져 흔들림 없이 마음공부를 해나 가고 싶다.

뿐만 아니라 삶의 매 순간 마다 내 안의 중심이 있기를 발원한다.

남 탓도 말고 의존도 말고 나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주인이 되어 설령 잘 못된 선택들이 많다 해도 그것도 인정하고, 나로 인해 펼쳐지는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 싶다.

남에게 내는 마음은 내안에서 먼저 이루어야 진심이 될 것이고 더 소통 될 것이라고 느꼈다.

올 한해 참으로 다사다난 했는데 특히 병. 통증 앞에서 나는 한없이 약했다. 지금도 약하고. 그래서 참으로 싫어하고 밀어내려 애썼던 것 같다. 나중엔 나의 나약한 마음 때문에 몸이 아픈지 몸이 아파서 마음이 이렇게도 나약한지 헷갈릴 정도였다.

내가 아픈 것에 대해서 인정하지 못하니 병은 더욱 거세게 나에게 신호를 보냈던 것 같다.

2009년 새해를 맞이할 즈음 나는 아픈 것, 나를 힘들게 만들고 자유롭지 못하게 붙잡는 그 병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겼다.

마구 싫어하고 기피하는 감정이 아니라. '이것도 나였구나! 생기게 한 것도 나고 없앨 수 있는 것도 나였구나!' 하는 마음. 지금도 통증이 심해지거나 상태가 나빠지면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일어 조절이 잘 안되지만. 올해는 기필코 병, 그러니까 어떤 상태가 주인이 되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중심이 진짜 주인이 되어 그것에 대해서도 조절하고 싶다.

너무 싫고 힘든 이 상태들에 대해서도 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나를 보는 거울로 삼아 참 나를 알아가는 재료로 삼고 싶다.

또 한 가지는 나도 모르게 많이 쌓인 관계 속에서의 그릇된 오해들을 이해로 풀고 싶다.

최근까지 이렇게 불편한 상황이 되고부터 엄마에게 참으로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많이 냈었다.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가족들에게는 “몰라서 그렇겠지...” 이렇게 이해하는 마음 있는데, 엄마는 나에게 가장 많이 신경써주는 데도 불구하고 그 것을 다 간섭으로 받아들이고 삐딱한 눈으로 보는 마음이 내 안에 가득했었다.

뭔가 엄마와 소통하고 싶으면서도 한없이 두꺼워진 마음의 벽 때문에 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물론 엄마도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다.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위해주고 잘해주려고 하는데 딸이 뭐 어떻게 해도 다 불만을 가지고 으르렁 대니 자주 너무 힘들다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꼬여있고 무슨 말 어떤 말을 해도 내가 걸고 넘어지는 걸 느꼈지만 알면서도 조절할 수 가 없었다. 잘 지내고 싶으면서도 화가 치밀고 피해의식이 막 쏟구치던 그 악순환이 반복되던 어느 날, 극도로 부딪힘이 일던 순간이 지나고 나는 그 동안 엄마에게 모순이라고 했던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나 역시 엄마에게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 교육들 내가 아는 모든 잣대로 엄마의 말이나 행동에 들이대고 내가 아픈 것이 내가 날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다 엄마 탓인 냥 돌렸었는데, 가만히 보니 나도 엄마의 방식 엄마가 몰랐던 부분들 엄마가 사는 삶에 대한 이해는 하지 않고 무조건 트집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안에서 가장 귀한 것을 꺼낸다고 꺼내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데 나는 자꾸만 엄마에게 없는 것을 바랬다.

같이 고쳐가자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잘 못되었다고 사랑이 없다고 쓸모없다고 탓하고만 있었다. 한마디로 문방구에 가서 주전자 내 놓으라는 식이었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을까 싶었다. 부모의 마음은 없는 것도 구해서 내 놓고 싶어하는 마음일 테니까.

아직도 오해된 부분이 많겠지만 그래도 앞으론 그때마다 이해로 바꿔버릴 내 안의 눈을 키우고 싶다. 편견과 나를 위한 마음만 말고 사람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인정하는 눈 말이다.

엄마와의 그 끈덕진 미움과 갈등의 상황 속에서도 얽힌 실타래의 실마리를 한 순간에 찾을 수 있었으니 매순간 견디기 어렵고 피하고 싶은 모든 일들이 그러함을 진정으로 알고 깨닫고 싶다.

지금도 아픈 상태를 싫어하지만 그마저도 사랑하는 내가 되고 싶다.

나로 인해 펼쳐진 모든 인연, 모든 상황, 특히 나의 선택 나의 모든 걸 티끌하나도 빼지 않고 모조리 인정할 수 있게 되길...그런 삶을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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