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재- 마음을 돌아보며
김 정 희
(영천)환한 모습의 스님이 켜 주신 촛불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촛불에서 헤일 수 없이 많은 촛불을 밝힐 수 있음을 보았습니다.
헤일 수 없는 번뇌로 분주하던 마음들이 한 순간 모두가 하나로 경건해 질 수 있음도 보았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라 하셨습니다. 내가 없는 이치를 알라 일러주셨기에 이 자리에 내가 없음을 보고자 하였습니다.
여차하여 촛불재 시작 시간에 늦어질까 자동차를 과하게 몰아 달려 왔습니다.
간신히 촛불을 켜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내가 여기에 온 것인가?
부처님 성전에 스님이 계시고 법우님들의 발원이 있기에 이 자리에 있을 뿐 이었습니다.
어린이 법우의 발원문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어리다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내가 없는 이치에 얼마만큼 다가가느냐의 문제였습니다.
남몰래 주머니 속에 뿌리 없는 무수한 집착을 만지작거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끝도 없는 번뇌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놓고 놓고 또 놓으라는 말씀을 떠 올리며 그래도 길이 있다는 사실을 어슴프레 느끼게 된 것이 벅찬 기쁨으로 다가 옵니다.
조건에 맞고 기분에 맞고 마음에 들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여겼던 어리석음에서 무조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일한 자성불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여기면서도 진실로 그러지 못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밝힌 촛불로 나라고 믿었던 나아닌 나를 태워버리고 티끌하나 묻을 수 없는 공한 나를 찾아 밝힐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