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체험담("다 똑같다."-엄마가 부처님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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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다.” -엄마가 부처님이시네.
 
성 후   강 민 경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심심해서 전화해봤다 아이가 하아하”
 
“애들 챙기고 집안 살림하시면서 심심할 여가가 있나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수화기를 놓으면서 그래 애들하고만 있으면 심심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집에 맨화투 한 판 쳐드리러 가자고
 
간다는 연락도 없이 갔더니 놀라고 반기는 모습에 덩달아 즐거워 한바탕 웃었다.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이시다.
 
올케가 엄마를 믿고 맞벌이를 시작한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엄마는 일주일 중 5일은 아들집에 2일은 당신 집에서 생활하신다.
 
“저거도 저거끼리 있어야 편하고 나도 좀 쉬고”
 
“엄마 우째 그런 생각을 다 하세요. 참 잘하세요.”
 
오랜만에 만나니 자식 앞에 자식, 손녀 자랑이 시작된다.
 
누가 더 잘한다는 말씀은 없으시고 언제나 다 잘한다고 하신다.
 
큰아들 큰며느리, 작은아들 작은며느리, 손자 손녀까지 그리고 딸들, 사위까지
 
슬쩍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그래도 그중에 더 잘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물어본다.
 
“똑같이 잘한다.”
 
“쪼매라도 다를 건데” 또 슬쩍 건드려 본다.
 
“지 능력만큼 다 잘한다.”
 
“..... 우와~ 부처님 법문이 따로 없으시네.”
 
“그러면 어느 집이 제일 편안합니까?”
 
“다 똑같다.”
 
“큰아들 집이나 작은 아들집이나 내 집이나 어디 있으나 다 편하다.
 
내 맘에 요만큼도 찌꺼기가 없다.
 
할 말 있으면 하지 속에 담아 두지 않는다. 안이 깨끗하다.”
 
“그래요 엄마, 엄만 진짜 부처님이세요. 저도 엄마처럼 살게요. 이거 하나만은 꼭 실천할게요.” “다 똑같다.”
 
 
 
그리고 난 며칠 뒤 금요경전법회에 왔다.
 
 
 
스님께서 올 추석엔 보살행을 해보시고 글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주신다.
 
그래 내가 보살행을 하는 것도 되겠고 보살행을 하는 분을 즐겁게 해 주는 것도 되겠구나! 엄마가 떠올랐다.
 
한 달 전 정기검사차 병원에 가셨을 때 손가방 속에 커다란 비닐봉지, 그 속에서 지갑을 꺼내셨다. 가방도 비좁은데 이건 왜 넣어 다니시냐고 물었더니 가방 안이 삭아서 속 비닐이 끈적끈적하게 묻어나서 그러신다.
 
“이걸 얼마나 오래 썼을 길래 이정도로 까지 쓰세요.”
 
“니가 사준 거 아이가.”
 
내 기억에도 없는 내가 사준 가방. 그래 이번 추석엔 엄마를 위해서 멋진 가방을 하나 사드려야지.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서 연세 드신 분들이 들기 좋고, 가볍고, 편안하고 중저가로 결정을 내리고 백화점에 갔다. 꽤 시간을 쇼핑하고 ‘엄마꺼’를 찾았다. 구두도 한 켤레 사고, 함께한 진정희 보살이 스카프도 하나 사잖다. 그것도, 그리고 낡은 지갑이 떠올라 지갑을 보니 가격이 너무 세다. 집에 있는 누비 빨간 지갑이 떠올라 쇼핑을 끝냈다.
 
집에 있는 소품들로 산뜻하고 우아하게 포장을 했다.
 
 
 
명절날이 되었다.
 
이날이 되면 우리 형제들은 다 모인다. 누가 지목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춤과 노래가 시작된다. 저녁을 먹고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꺼냈다. 홍삼박스에서 신발이 나오고 가방 속엔 화장지가 가득하고 그 밑에 숨겨진 빨간 지갑, 스카프가 엄마 목에 걸리고, 언니가 일어서더니 엄마를 안고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 엄마가 노래를 하신다.
 
몇 십년동안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는 노래를, 아는 노래가 없다고 딱 잡아떼시던 분께서
 
얼른 예전에 엄마가 부르던 ‘홀어머니 내 모시고’ 연창하니 그것도 완창 하셨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그것도 완창.
 
그날 엄마는 덩실덩실 박꽃처럼 하얀 웃음으로 춤을 추셨다.
 
우리 모두 함께 춤을 추었다. 덩실덩실
 
잊었던 노래가사를 찾게 해준... 감동이고 환희였다. 덩실덩실 하나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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