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체험담(모든 것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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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옳다.
보효 허 명 자
 
 
 
추석에 형제간들이 다 모여 복작복작 거리니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아침에 잠을 깨니 선원장 스님의 가르침이 생각났다.
 
모든 것과 하나 되고 내 내면의 자리를 지켜보면서 나고 드는 마음자리를 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나물을 삶고 차례 준비를 했다.
 
해마다 어머님과 시동생이 과일을 깎고 세 사람이 순서대로 준비를 하는 편이였다.
 
 
 
올해는 어머님께서 몸도 불편하시고 손자, 아들들이 수건 없다, 양말 없다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그것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그러다 보니 동서들과 시동생들이 상차리기에 같이하게 되었다.
 
동서들도 해마다 지내는 제사인데도 잊어버렸는지 순서도 과일 놓는 방법도 다 자기식이 나왔다. 나는 내면의 자리를 지켜보면서 올라오지 않으면 통과 올라오면 다 옳다, 그른 것이 없다. 하면서 무조건 받아드리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동서가 많다보니 이것 갖다 놓고, 저것 갖다 놓고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다.
 
그러던 중에 제사 나물국은 밥과 함께 나간다고 신경을 안 쓰고 있는데 둘째 동서가 상도 없이 떠 놓았다. 그릇을 보니 제사에 쓰는 그릇이 아니라 일반 우리가 먹는 그릇에 모양도 틀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면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제사 그릇도 모르고 순서도 모르는 가!’ 하는 마음이 보인다.
 
순간 그것도 옳다, 앞뒤가 없다 하면서 얼른 동서 몰래 그릇을 바꿔놓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제사를 지내려고 다 줄서있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조상님들이 흐뭇해하시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식구가 많다고 마루를 크게 만들었는데도 장정들이 다 되다보니 마루가 좁다
 
보기도 좋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제사를 지내고 아침상을 준비하다보니 음식이 상할까봐 냉장고에 둔 참외와 오징어조림, 쇠고기 산적은 제사상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왜 이른 실수를 했을까?’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것도 옳다. 상에 올라가고 안 올라 가고가 무슨 뜻이 있을까?
 
모든 가족들 마음이 문제겠지 하는 마음으로 돌리면서 모든 것은 다 옳다. 마음이 편해졌다
 
밥을 먹으면서 어머님께 말씀드리니 “그것 참 그랬네.” 하시면서 말씀이 없으셨다.
 
팔십이 넘으시니 제사에도 지치셨는지 뒤 말씀이 없으시다.
 
예전 같으시면 “젊은 사람이 무슨 정신이 그렇게 없나” 하시면서 한 말씀 하셨을 텐데.
 
내 자리에서 시시비비가 없으니 어머님께서도 그냥 한마음이 되어 가시는 것 같다.
 
그 다음 날 감나무 밭에 가서 홍시를 따고 마을 뒤에 있는 어머님이 다니시는 절에 갔다
 
스님께 감사인사를 드리려 들렸다.
 
늘 어머님께 잘해 주시고 편찮을 때 약도 해오시고 이번 추석에는 옷도 사오셨다.
 
법당에 삼배 드리고 스님께 일 배를 올리려하니 한사코 받지를 않는다.
 
늘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인사도 부담스러워 하신다. 오히려 “추석 지내느라 애 먹었지요” 하신다.
 
“아닙니다. 다 그 재미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했다.
 
스님께서 그래 맞다하시면서 흐뭇해하신다.
 
시시비비하지 않고 다 옳다고 보려는 노력이 모든 것을 옳다고 보는 눈으로 바뀌었나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대답에 내 스스로 만족해 본다.
 
다시 한 번 내 내면의 자리에 놓고 일체 인연들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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