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건 놓지 않건 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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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건 놓지 않건 다 사라진다.   
                                                                                                                     

                                                                                                                             김혜숙(여 55세) 


 

스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신다.
“다 놓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사세요.” 라고.
‘그래. 놓고 자유롭게, 편안하게 살아야지’하고 생각해본다. 

 


놓는다는 것은 자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남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고정관념이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물질적으로, 아니 보이는 것 위주로 살아 온 대로  

자기의 잣대로 저건 맞고 틀리고 상대를 평가하고 현실의 잣대에 맞추어서 살아간다.  

초월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그저 흘려보낸다. 

 


이렇게 살아가는 나름의 틀 속에서  

놓는다는 것은 한정된 자기의 그릇이었다.  

어떤 문제이건 간에 해결될 것은 해결되고, 또다시 이어져 오는 것은 또 받아들이고  

항상 끝까지 해결해가도록 하는 것은 나에게도 주어진다.  

어떤 때는 포기도 한다. 그게 쉬울 때도 많다.  

 


신행회 때 신행회 담당스님께서 남편에 대한 바탕색을 지우라고 말씀하신다.  

바탕색, 밑그림.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나는 도반이자 남편인 남편과 공부를 참 많이 한다.  

항상 한 생각을 잘 내어야지 하면서 고정된 관념에 갇혀 있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것이 바로 남편이다.  

 


그러나 나는 어떤 문제에서는 항상 남편이 잘못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치로 볼 때에는 '내 생각대로 하면 좋을 텐데.....'하고 속으로 수없이 생각을 했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나한테만 바탕색을 없애라고 하시니 할 말이 없었다.  

 

남편한테 말은 안하고 이런 저런 일에도 지켜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바탕색을 지우지?  

칭찬에 인색한 나는 나의 상(相)을 지켜보면서 곰곰이 바탕색을 지울 궁리만 하였다. 

내가 내려놓고 보아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만족하게 되지를 않았다.  

 


한 달이 지났다. 금요일 금강경 법문시간에 하신 스님 법문이 생각났다.  

놓건 놓지 않건 다 사라진다고. 다만 자기만 잡고 있을 뿐이라고.  

오기가 생겼다.  

쓸데없이 왜 나만 잡고 있는 건가도 생각했다.  

 

여태까지 잘 살아온다고, 살아간다고, 인간답게 살아간다고 만들어놓은 모든 것은 더 이상 진짜가 아니었다. 그것은 참나가 만들어놓은 허상(虛相)이었다.  

이 허상(虛相)을 집착하고 놓지 않는다면  

모든 상(相)을 인정할 수도 없고, 놓을 수도 없구나…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지를 만들어서 백지장 위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면 되겠구나.
끄집어내어서 쓰고 또 지우고.......  

자동으로 지워지니까.  

 


정말 재미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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