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제 딸아이가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힘든 상황에서 대해스님의 도움으로 딸아이의 병도 나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을 계기로 건성으로 절에 다니던 제가 본격적으로 불법(佛法)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 제 딸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딸아이의 왼쪽 목에 혹이 생기고 열이 심하여 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목의 혹이 어찌나 컸던지 주먹만한 혹의 무게 때문에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입원을 하여 일주일 동안 열심히 치료를 하였는데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습니다. 병원 측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한 결과 급성 임파선 결핵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임파선에 혹이 줄어들지 않으므로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만약 수술을 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혹이 터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결핵이 임파선을 타고 온 몸에 번지게 되어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온갖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 딸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당장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수술을 받기 전에 부처님 전에 정성금이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남편에게 “수술 하고나면 장기간 병원에 누워있어야 하니까 잠깐 목욕이라도 시켜서 갈께요. 당신은 먼저 가서 수속 밟아 놓으세요.” 하고는 차에서 내려 딸을 데리고 곧바로 절로 갔습니다.
절에 도착하니 스님께서는 법회중이셨습니다. 법회중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어떠한 생각도 할 겨를도 없이 딸을 살려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스님께 “딸이 아파서 많이 위급하니 마음 좀 내주세요.”하며 청을 올렸습니다.
스님께서는 불안한 마음으로 떨고 있는 저희 모녀의 마음을 안정시키시고는 딸에게 물으셨습니다.
“숙녀가 목에 수술자국이 있으면 보기 흉할 텐데 수술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보지 않겠니?”
하셨습니다. 딸은 수술 안 해도 된다는 말에
“예!”
하고 선뜻 대답 했습니다만 엄마인 저는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에 온통 마음이 들쑥날쑥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도반들도 스님 말씀대로 하라고 했지만 저는 선뜻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제 딸이 아니었으면 저도 “그렇게 해봐.” 하고 쉽게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막상 제 자식 문제이다 보니 도저히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남편으로부터는 병원으로 왜 오지 않느냐고 노발대발 하며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상담 중에도 전화가 수십 통이 왔으나 저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수술을 안 해도 낫는 도리가 있는데 왜 여자아이를 목에 흉터가 생기게 하고 평생 약을 먹게 하려고 하느냐?” 는 말씀을 하셨지만, 곧 00대 병원의 임파선 수술 담당 과장님을 전화로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었습니다만 당시 그 의사선생님도 스님께 와서 불법공부를 배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그 선생님께 “믿고 맡기면 되지 않을까요?” 했더니 그 선생님조차도 “보살님, 그건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마음도리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건 그럴 일이 아닙니다. 지금 수술 안하면 당장 생명이 위험합니다. 반드시 수술해야 합니다.” 라고 하면서 당장 수술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마음속에 불안한 마음과 갈등이 일어나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결국 병원의 진료시간도 끝이 나버렸습니다. 남편은 절대로 절에 올 사람이 아니었지만, 남편에게 “절에 오면 저녁에 스님께서 담당 의사선생님을 불러서 면담시켜주신답니다.” 하고 설득을 하여 절로 오게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무지한 저희들에게 병이 나는 이유와 병이 낫는 원리에 대해서 장시간 동안 자상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대해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중에 어느 순간 저의 마음이 대해스님의 마음자리와 합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아, 맞다! 모든 걸 믿고 맡겨버리면 될 것을 내가 왜 들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토록 불안했던 마음이 잠잠해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믿고 모든 걸 맡기기로 작정했습니다. 그토록 불안했던 마음과 갈등도 사라졌습니다. 저는 남편도 계속 설득하여 결국 동의를 받아내었습니다.
시간은 저녁 9시가 훌쩍 넘어 스님의 일과도 조금 조용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얘야, 스님하고 얘기 좀 할까?” 하시며 딸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셨습니다. 한참 후에 다시 데리고 나오시는데 딸아이의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였습니다. 대해스님께서 두어 번 더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3일이 지나니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적이 눈앞에서 벌어졌습니다. 병원에서 그토록 치료를 해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그 큰 혹이 몰라볼 정도로 작아져 버렸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직 조금 남아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님께서 “ 더 이상 병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혹이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러자 며칠 지나는 동안 진짜 언제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게 완전히 나아버렸습니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딸아이는 그 이후 어린이 법회에 나가게 되었고, 스님께서 이끌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잘 성장했습니다. 사실 딸아이는 그 당시 고집도 세고 자기위주의 행동만 하는 문제아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딸아이 위에 오빠가 있지만 터울 차이가 많이 나고 늦게 본 딸이라 귀하게 키우다 보니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고집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성격의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딸아이의 성격은 엄마가 다루기에는 너무나 벅찬 상태가 되어있었습니다. 스님께 맡기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판단한 저는 그 때 부터 열일을 제쳐두고 아이를 데리고 절로 다녔습니다. 다행히 스님께서 잘 이끌어 주신 덕분에 결국 딸아이의 성격도 완전히 바뀌게 되었고 저도 그 덕분에 더욱 열심히 절에 다니며 공부하게 되었지요. 수년간을 스님께 가르침을 받으며 공부해오면서 한결같이 느낀 것은, 스님께서는 오로지 중생들을 가르치고 교화하시는 일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시다는 것입니다.
가슴 깊이 둘 아닌 도리를 알게 하여 맛을 보며 살아가게 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불법(佛法)을 만나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하여 살아감에 감사할 줄 알게 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이 법을 만나지 않았다면 원망하는 마음으로 살았을 저희에게 원망 아닌 감사함을 알게 해주신 대해스님께 감사의 삼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