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속에서 벗어나 통을 굴린다는 것은

  • daehaesa
  • 조회 13387
  • 2007.05.10 23:20

질문: 육신(肉身)통에 대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우리가 육신통에 갇혀 가지고 지금 마음이 자유롭지 못한 게 아니겠습니까?     

 

마음이 그 육신통에 갇혀 있다기보다 본래 마음은 갇혀 있는 게 아니고 본래 다 터져 있는데 생각으로 그 육신하고 자기하고 동일시 여기니까 그렇게 생각될 뿐이지요. 마음이 육신 속에 들어서 이렇게 몸을 움직이잖아요. 우리가 장갑 끼고 손을 이렇게 움직일 때 육신은 장갑이고 내 손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손하고 장갑하고 딱 붙어가지고 움직이면 장갑이 움직이는 줄 알잖아요. 그리고 장갑을 중요시 여기는 거지요. 탈을 쓰고 있으면 탈은 가짜고 내가 진짜잖아요. 그런데 탈하고 나하고 동일시 해가지고 탈이 자기라고 하거든요. 탈이 나라고 하거든요. 그러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생각이 그렇게 하고 있는 거죠. 탈은 탈이고 나는 나입니다.

 
질문: 통 속에서 나와야 통을 굴린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해 주십시오.  

통 속에서 나와야 된다고 하는 것이 아까 우리 그랬죠. 색깔이 없어야 된다, 자기 색깔이 없어야 된다고 말입니다. 자기 색깔이 바로 자기 통이에요. 자기가 이때까지 살아와가지고 자기가 그렇다고 알고 있는 식이 자기 통이에요. 그런데 그러한 식이 자기가 이때까지 살아왔던 식일 뿐이지 고정되어 있는 것이나 세상 진리는 아니라는 거지요. 그러니까 자기는 원래 색깔이 아무것도 없는 무색인데 거기에 색깔이 살아왔던 대로 입력이 되어가지고 '이렇게 해야 돼' '저렇게 해야 돼'하고 알고 있는데 그 통 속에 갇혀 있는 거죠.

 

질문: 그러니까 고정된 습관, 거기에서 탈피해야 되는데 그 관습에 전부 매여가지고 결국은 벗어나지 못한다는 그런 말씀이죠?  

그렇지요. 그걸 자기라고 아는 것이지요. 그래가지고 자기가 어떠한 것을 알고 있을 때 저쪽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가 알고 있는 식대로 해야 된다고 막 우기잖아요? 그러나 자기가 통 속에 있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식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저쪽을 살펴보면, 자기가 알고 있는 식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고, 거기다 저쪽에서 알고 있는 식도 알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자기가 알고 있는 식으로는 전에 이렇게 알고 있었지만 고정된 게 아니니까, 저 쪽에서 '이렇게 해야 된다'고 했을 때 맞서서 같이 우기지 않고 생각해 보는 거죠. 통 밖에서 생각을 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생각을 해가지고 판정을 내리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으면 생각 안하고 자기 것이 옳다고 '이렇게 해야 돼' 하고 막 치고 나가잖아요. 그러니까 자기가  통 속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거죠. 자기를 굴리지 못하는 거죠, 발전도 안 되고.

 

질문: 저 같은 경우는 고정된 관습이 있는 걸 한번 뒤집어 보거든요. 그래서 어떨 땐 뒤집어 보면 거기서 답이 나오더라고요. 생각을 하다 보면 고정된 관습의 반대쪽의 생각이 나오니까 인제 이것이 아니다 하는 것을 알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그게 인제 통 밖에서 자기를 보고 굴리고 바꾸고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자기가 통 속에 있으면 그게 안 돼요.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 맞게 하는지 틀리게 하는지도 모르고 막 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까 말했듯이 육신 속에서 육신하고 자기 하고 동일시하고 있는 거죠. 탈을 쓰고 있을 때 탈은 가짜고 자기가 진짜인줄은 알잖아요? 우리가 탈바가지 쓰면 그게 가짜인줄 알아서 자기의 탈하고 분리되어 가지고 자기가 탈을 이렇게 만지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 할 거 아니에요. 이게 집이라면, 내가 집 주인이라면 지붕이 헐었다 그러면 지붕을 붙이기도 하고 또 어디 바람이 들어온다면 막기도 하고 할 텐데 내가 집속에 딱 들어 앉아 있어요.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고 저 집 속에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같이 움직이는 거지요. 그러니까 집을 보수를 못하지요. 자기가 집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기가 통 밖으로, 집 밖으로 나와야 '저거 잘 못 됐네' '저거 바람 들어오네' '저거 방하나 막아야지' 하고 보이는데 자기가 똑같이 창문이 딱 되어 있는데 자기가 어떻게 합니까? 자기는 고정되어서 못 움직이는데.

 

질문: 이때까지 육신통을 육신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고정관념이란 걸로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감옥이 뭐냐 그러면 고정관념이라고 안 해요? 생각의 감옥이라고. 본래 아무것도 체(體)가 없어서 법(法)이라고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것이다 저것이다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자기가 살면서 입력된 대로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이지요. 입력된 것이 여기 안에 숙명통으로 쭉 입력되어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자기가 그렇게 해야 된다고, 그게 자기라고 하고 그걸 그렇게 해야 된다고 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가 그것인 줄 아는 거죠. 그러나 그게 어디 자기입니까? 자기 안에 입력되어 있는 사고(思考)이지. 보고 듣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활하면서 입력되어 있는 것이지 그게 어디 자기 입니까? 입력되기 이전의 자기가, 참나가 있는 거지요. 그래서 '색깔을 놓아라' '그런 게 없는 것이다' '놓아라' 하는 것입니다.

 

2006. 12. 5 보름법회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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