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여경회 성주 신영숙
나의 집은 궁전이다.
욕심으로 성벽을 만들고
원망으로 탑을 쌓고
집착으로 기둥을 세웠다.
겸손으로 연못을 만들고,
자만이라는 고기를 기른다.
집착으로 기둥을 세워 만든 집은 많은 방들이 있다.
효녀의 방, 현명한 아내의 방, 훌륭한 엄마의 방
그리고 착한 며느리의 방과 좋은 동서의 방 등등....수없이 많다.
옳고 그름으로 집안을 꾸며놓고
시시비비라는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두려움이라는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여우의 마음을 양식으로 삼았다.
비가 내린다.
법비가 내린다.
빗물이 모이고 모여 강물을 이루며
궁전에 밀려 들어온다.
성벽도 잠기고 탑도 잠기고 방도 잠기기 시작했다.
조금씩,조금씩 아주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궁전을 버리려 하는데
미련이라는 하인이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매달린다.
어찌 해야 하는가?
문득 떠오른 한 생각은
미련이에게 연꽃 한 송이를 주고
나는 법비로 이룬 강물에 내 몸을 맡겨
대해로 흘러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