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 발원문 낭독행사를 마치고...
황룡회 현선 오재호
그는 아내를 몹시 미워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노를 삼키지 못해 욕도 하고 독설을 퍼부어 댔다.
옆에서 보기도, 듣기도 참으로 민망했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가사일은 나몰라라하고 절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발단이 되었는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미움으로 가득했다.
법공부 하는것도 순 엉터리라고 쏘아 대더니, 급기야는 이혼하겠다고 법원 앞마당까지
갔던 것으로 안다.
불법이면 불법, 사회적 지식이면 지식, 자부심으로 가득찼던 그 L 처사 였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한쪽면이 너무 밝으면 뒷면 또한 배로 어두운 법인가.
같은 도반이지만 스스로 자기모습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 때 까지는 그저 바라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일이 있은지 꼭 1년만의 일이다.
새해 초 발원문 낭독이 있었다. 그런데 놀랬다. 사람이 달라져도 저렇게 달라질 수 있을
까, 금강경 사경을 열번이나 했다고 하는것은 차치하고라도 자기자신을 내려놓는 작업
이 제대로 됐다는 것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동이 일어났다. 절에와서 부처님법 공부한다는 것, 스님의 길잡이가 이토록 엄청난 결
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
그간 그의 입에서 맴돌던 법공부가 저렇게 마음깊숙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 그건 역시
L 처사니까 가능 했던 것 같다. 발원문 낭독이 끝나고 소감 발표한다고 그의 아내가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도반 L 처사가 탄성을 자아냈다. "멋진 모습이네, 이쁜얼굴"
누굴 보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느새 자기 아내를 가리키고 있었다. -닭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