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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공부를 하면서(정귀자)

며칠 째 공부를 하면서

                                                                                 월검 정귀자

 
이제는 본질을 찾아야 하고, 내가 죽어야 하고, 모든 상을 버려야 한다고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그렇게 해보리라고 다짐을 했다.
깨달음은 한 순간이라고 했는데 나도 기대를 해본다.
그러던 중 친정 어머님 거처 문제로 여러 형제들의 의논이 있었다.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모두 각각이 자기식대로 말을 했고 화를 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나도 언니 오빠들 처럼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 저런 말들을 할까?'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전부가 자기 나름대로는 맞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요동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상대를 그냥 봐 주는 것,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내 마음자리에서는 듣고 그렇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진짜 잘 하고 있구나'하고 칭찬을 했다.
그러면서 화를 내는 동생에게 입장을 한 번 바꿔 보라고 말만 했지
내 마음은 고요하다.
'아, 내가 안해도 다른 사람이 다 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는 어떤 상황이든지 이렇게 하자 하고 공자리에다 놓았다.
 
스님, 그렇게 열성적으로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어것 밖에는 깨닫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것이다 하고 꼭 집어서 글로 적지는 못하지만
감히 말씀드린다면 옛날과는 다르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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