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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을 배우며 한해를 마감(김억이)

금강경을 배우며 한해를 마감

                               흑룡회 김 억이 (성숭)

 

철없는 시절 부모님따라 산사를 갔는데 황금빛 불상을 처음 대하고 또 그 앞에서 쉼 없이 경배를 드리는 보살님들을 보고 약간 호기심도 가고 신비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저는 그것으로 불연이 시작된 것 갔습니다.

향을 사르고 촛불을 밝혀 간절한 기도를 올리며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하신 분으로 부처님을 이해 했습니다.

그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가끔 단편적인 불교 공부를 조금씩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마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 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음을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내 머리에는 몇 마디의 법구경과 혼란스럽고 토막상식에 불과한 용어들 뿐이었습니다. 불교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설명할 지식도, 어떻게 믿음을 가져야 할 줄도 몰랐습니다.

오직 내가 불자라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가느다란 신심이자만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음이 다행일 뿐입니다.

지금쯤 누가 내 곁에 와서 ‘당신이 불자입니까?,왜 불교를 믿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불자이고 성불을 위해서’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할 뿐입니다.

불자라면 누구나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이 대답을......

 

덧없는 세월이 내 곁을 스쳐 천리 만리로 도망가고 오직 모든 것이 허망함을 느끼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음을 알 뿐입니다.

이 몸 싱싱하고 공부다운 공부로 자성을 밝힐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가르침을 줄 좋은 인연도 있었는데.....의식이 지혜롭지 못해 그 인연들 다 놓치고 때늦은 후회로 가슴을 메우고 있습니다.

 

생로병사의 마지막 단계를 뚜렷이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만 남아 있습니다.

앞뒤 볼 겨를도 없이,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즈음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있다고 하듯이,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은 정녕 나를 이끌어주고 진리를 구하려는 도반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며,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금강경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짐이요

보시 공덕과

둘 아닌 도리이며

법의 공함을 알면, 최상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요

위 없는 이 경을 듣고 간직하고 남을 위해 설하면 그 공덕이 가장 크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것 한 말씀도 귀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다면,그것은 바로 ‘법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느끼고 법회에 참석함을 간절히 바라는 부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모든 분이 평소 선행을 하고 갖가지 보시를 하고 계시겠지만 그 공덕은 오늘 이곳에 와서 정신을 집중하여 불법을 듣고 간직하고 남을 위해 포교함만 못함을 말씀함이며,

생활인이라는 미명하에 시간이 날 때면 겨우 절간을 찾아 부처님한테 슬쩍 얼굴만 보이고 돌아감을 경책하는 중요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금강경을 공부함에 도반들의 의식에 따라 이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꾸준히 수행 정진하고 불법의 실천을 중요시하는 부처님의 말씀에는 공히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금강경은 다른경과 달리 부처님과 수보리가 주고 받는 핵심적인 문답으로 현장감이 살아있고 부처님 곁에서 직접 친견하여 법을 듣는것과 같음을 느꼈습니다.

특히, 주지 스님의 명쾌하고도 세세한 범위까지 깊게 짚어 주셔서 해설함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세속에 살고 있는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큰스님들의 선문답

형식의 어떤 큰 법문보다 실제 생활에 가깝고, 손끝이 닿고 생각이 미치는 데까지 만이라도 먼저 법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배우고저 합니다.

 

이러한 발원이 금번 대해사 금강경 공부와 맞아 떨어진 것 같아서 무척 큰 기쁨을 감출 수 없으며,이를 초석으로 해서 다시 더 많은 경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해를 보내면서 도반 여러분들과 한가지 더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 몇 달전 어느 TV에서 티베트 설산에서 보기에도 초라한 촌부가 양손과 무릎을 헤진 천으로 동여매고 오체 투지를 하면서 전국을 순회하는 분을 보았습니다.

그 사연인즉

“내가 이 고행을 함이 나를 위함이 아니고 남을 위한,뭇 중생을 위함이요,또 금생을 위함이 아니고,탐진치가 소멸된 다음생을 위함이라고”

이 말씀을 남기고 사라지는 뒷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빈자 일등처럼 “자기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나를 위함이

아니고 남을 위함이“

이 보살정신이 인간들이 추구하는 절대가치를 이해하는 해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2006. 11. 21

                       성숭 김  억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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