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김혜신은 파리 소르본누벨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영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주대 영화방송학과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편집부
대담_유영의(영화감독) VS 김혜신*)(영화비평가)
일시_2017년 10월 31일
장소_인사동 ‘다미’
(전략)
I. 유니카, 평화, 영화에 대하여―‘Looking’에서‘Thinking’의 영화로
김혜신: 감독님께서는 주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영화기구인 유니카를 통하여 인류의 평화를 위한 활동들을 해오셨습니다. 각종 영화제 및 관련한 만남들을 통해서 국내외 평화와 인권, 교육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나 인사들과 교류해왔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간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셨는지요?
유영의: 1931년 설립된 유니카는 영화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우호 증진, 국제적인 이해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유럽(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40여 회원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저는 ‘UNICA 세계연맹’으로부터 2007년 단편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 시작된 꾸준한 작품 활동과 기여도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고 2013년 ‘유니카 한국지부(UNICA KOREA)’ 회장 승인을 받아 한국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한 회원국으로, 저희는 유니카코리아 국제영화제를 창설하여 한국의 우수한 영화 인력을 발굴하고 국제 교류를 하고 있죠.
구체적인 활동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2014년 11월 UN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 과 ’세계 텔레비전의 날’을 맞이해 러시아 엠보우 소쉬 노메르 뺫 학교에서 열린 “어린이영화와 TV 방송 주간” 행사 일환으로 감독전을 열게 됐었습니다.1) 폭력 없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에 텔레비전이 함께 하지는 뜻에서 시작되었고 러시아 시립 및 각 러시아 내 각 공화국의 TV 및 라디오 방송사가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 저희는 『무엇이 진짜 나인가?』(2010), 『소크라테스의 유언』(2012) 등을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 등을 가졌습니다. 또한 ‘똘레랑스(Tolerance)’ 정책(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인권을 중시하는)에 입각한 러시아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3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년 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교육위원회의 초청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학교장, 교육위원 등을 대상으로 인성교육 교수법, 즉 ‘인간의 본질을 개발하는 교육’을 전수했고, 관련 ‘똘레랑스 국제예술인성교육대회’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러시아의 네브스키 블라고베스트(Nevsky Blagovest) 영화제2)에 제 영화들이 매년 초청 받고 있고요. 상영작 중 『무엇이 진짜 나인가?』라는 작품을 본 러시아인 중 한 분은 교도소에 복역 중인 3천 명의 재소자들에게 제 영화를 통해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인간 본질을 알게 해 다시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교화해보겠다고 하며 작품 상영을 요청한 일도 있습니다.
김혜신: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백야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맹활약을 해오셨는데, 프랑스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에서도 감독님 영화에 대해 호평한다고 들었습니다. 서유럽이나 다른 문화권의 반응은 어떤지, 그곳과의 관계는 어떤지도 말씀해주시겠어요?
유영의: 러시아나 유럽 지역에는 단순히 ‘Looking’하며 즐기는 영화가 아닌 ‘Thinking’하는 지적이며 철학적 영화를 찾는 마니아층이 존재하는데 제 영화가 그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제 영화는 영화와 교육이 통합된 새로운 문화코드이자 영화를 통한 ‘세계 평화의 지향’이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2년 이탈리아 제11회 콘코르토(Concorto) 국제영화제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 『무엇이 진짜 나인가』, 『아기도 아는걸』 등을 상영하고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감독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BIAFF 국제영화제에도 여러 번 단편으로 수상한 인연으로 자주 초청받아 가고 있고요.
II. 교육연구소와 세상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하는 영화 만들기에 대하여
김혜신: 감독님께서는 90여 편의 단편영화 필모그래피를 아주 독특한 이름의 ‘아름답고푸른지구를위한교육연구소’를 통해 시작하셨습니다. 이렇듯 교육적 지향점을 가지고 초저예산을 가지고 다양한 단편들을 창작하면서 유니카영화제를 통해 성과를 확산하고 마침내 장편 『산상수훈』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하여 각광받기 시작하는 감독님을 보면서, 일면 저는 이란의 1980~90년대 영화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교육연구소가 처한 정치적, 현실적 문맥이나 거기에서 나오는 영화적 색깔도 다르고 다른 점이 더 많겠습니다만…… 대표적으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초기에 그가 몸담은 청소년지능개발연구소를 통해 아동들을 위한 단편영화들을 만들면서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세계적 수준의 시적 리얼리즘 거장으로 성장해나갔습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비롯한 그의 작품에서는 일반 영화들에서 흔하게 나오는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어린 아이의 해맑은 눈을 통해 발견되는 이 세계의 현실 혹은 진실과 아름다움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럽게 환기됩니다. 교육연구소와 키아로스타미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한 이란 영화는 오늘날 만인을 이롭게 하는 성장영화 면에서나 미학적인 면에서 그 의미가 풍부한,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조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영의: 푸르다는 것은 생명의 원리가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뜻하는 말로서, 영원한 생명의 뿌리에서 길어 올린 에너지로 잎을 싱싱하게 하는 교육, 그래서 아름다운 마음씨를 발현시키는 교육을 의미하고자 했습니다. 1998년에 창립한 ‘아름답고푸른지구를위한교육연구소’를 통해 저는 일반적인 학교 교육과 마음공부, 즉 진정한 인성교육을 통합하는 교육 모델을 실험하고자 했습니다. 학교 공부는 뿌리는 없고 가지만 있어 잎을 박제화해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성의 뿌리 공부를 보강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제게는 영화가 필요했습니다. 제 단편영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거의 다 제가 만난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의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 실존 인물들이 현실에서 겪는 문제와 고민, 그리고 해결의 과정을 담은 단편영화들을 만들어 교육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2006년 우연히 인연이 닿은 ‘유니카’를 통해 창작과 국제적 확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오락영화가 양산되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감동과 교훈을 주고 실제 삶에 유익함을 주는 영화를 선발 시상하는 유니카코리아국제영화제를 창설하게 된 것입니다. 2014년부터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여, 세계 평화 및 자비, 지혜롭고 창의적인 마음을 쓰는 영화를 만드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이러한 작품들을 보고 자신의 오염된 마음을 정화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내어 궁극적으로 널리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류의 평화를 이룩하는 방법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면 이 지구는 맑고 깨끗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을 영화에 담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고, 영화라는 강력한 매체로 인간의 본성을 회복시켜 아름답고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키아로스타미라는 이란 감독의 영화는 아직 잘 모릅니다만, 관심이 많이 갑니다.
김혜신: 감독님께서 운영하는 대구 지역의 교육연구소와 단편 영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키아로스타미가 자신이 가까이에서 만난 마을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적이면서도 시적인 시선으로 영화에 담았듯, 감독님도 교육 활동을 통해 만난 이들의 고민과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 그대로를 생생하게 영화에 반영했다니 비교해볼 점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III. 종교 화합과 평화의 아이콘『산상수훈』과 ‘4대 성인 시리즈’에 대하여
김혜신: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산상수훈』은 『소크라테스의 유언』이라는 영화의 후속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류의 4대 성인을 연작으로 다룰 계획을 가지고 있으시고, 『산상수훈』이 그 두 번째 작품이라 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공자를 왜 영화로 만들려고 하시는지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유영의: 4대 성인은 인간의 성스러운 본질을 아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인간의 본질만이 모든 생명의 공통부분이며 이를 통해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고, 또한 개인적으로도 그 본질이 자기가 살아갈 수 있는 최대치의 삶의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경우나 다 같습니다. 그래서 그 자기의 본질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 본질끼리 서로 소통이 되어서 갈등 없이 잘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4대 성인 시리즈’를 만드는 것은 이 지구의 안녕과 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본질로 영원히 ‘아름답고 푸르게’ 살게 하고자 함입니다.
김혜신: 차기작은 붓다(buddha)에 관한 영화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말씀해주시겠어요?
유영의: 『산상수훈』은 인간의 본질, 그리고 본질과 현상과의 관계, 본질의 능력 등에 대한 큰 그림입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