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 마음공부와도 통해요” [중앙일보]
문제푸는 기계된 아이 ‘내면의 힘’ 일깨워줘야
내 마음이 보이면 피아노 소리도 달라져
『언어로 배우는 자기완성』의 저자인 배광호(경북여고 국어 교사) 씨가 ‘삶이 확 바뀌는 행복한 수업’이란 주제로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 강좌를 하는 모습이다. | |
“저자들은 이 책을 ‘마음으로 배우는 교과서’라고 부르죠.” 거기에는 ‘종교’의 깃발도 없고, ‘명상’의 나팔 소리도 없다. 대신 아이들의 마음, 학생들의 삶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는 선생님들의 간절함이 녹아 있다. 그 간절함이 선생님들을 ‘구도자’로 만든 셈이었다.
“수학공부에 마음의 이치가 담겨 있어요”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위한 교육연구소’ 의 임소연 소장은 “학생들은 무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그걸 일깨우는 게 선생님의 몫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배우는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
책의 저자가 강단에 올랐다. 『생명수학의 공리』란 책을 쓴 임소연씨였다. 50여 명 청중의 표정을 읽던 그는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수학을 어렵고, 따분하고, 지겹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멀뚱멀뚱 그를 쳐다봤다. “이유는 간단하죠. 자신의 삶과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 따로, 수학 따로’의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학은 기억이나 계산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청중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수학이 무슨 명상인가. 마음으로 하게 말이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저자는 말을 이어갔다. “1, 2, 3, 4 하는 숫자가 실은 우리들 자신의 표현이며, 마음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세상이 뭔가요? 그건 무한가능성의 마음이 창조한 도형입니다.”
짧은 설명, 그러나 깊이는 간단치 않았다. “‘2=2’는 누구나 ‘참’이라고 여기죠. 그런데 ‘2=4’를 ‘참’이라고 하면 동의를 구하기 힘들죠. 나는 ‘1’. 너는 ‘2’, 이 사람은 ‘3’, 저 사람은 ‘4’라고 해보죠. 그런데 우린 ‘1=1’만 ‘참’으로 알고 살아가죠. ‘나’만 나로 알고 사는 거죠. 그런데 1도, 2도, 3도, 4도 생명의 작용이죠. 모든 생명의 작용에는 근원이 있어요. 그 근원이 다르지 않죠. 그러니 ‘공통분모’가 있는 겁니다. 그 공통분모를 알면 ‘2=4’에 담긴 깊은 뜻을 알게 되죠.”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했다. 그래서 6월 10일 그를 다시 만났다. “모든 생명의 작용에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했죠. 그게 뭡니까?” 저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답을 했다. “모든 생명의 작용에는 뿌리가 있어요. 그건 바로 초월된 생명입니다.” 그럼 그 ‘초월된 생명’을 수학으로 표현하면 어찌 될까. 그걸 물었다.
그는 ‘0’을 말했다. “수학에서 수의 근원은 ‘0’입니다. ‘0’은 동시에 무한의 수이기도 하죠. 그래서 ‘0’은 비어있기에 무한대로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1에도 ‘0’이 깔려 있고, 2에도, 3에도, 4에도 ‘0’이 깔려 있죠. 그래서 나와 너, 우리의 근원이 ‘0’으로 하나인 거죠. 그러니 우리가 가진 무엇이든 나누어 줄 수 있으며, 다 나누어 주더라도 본전은 항상 보전이 되는 거죠. ‘0’으로 말입니다.‘0’은 무한가능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거기에는 빵 한 조각으로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리고도, 그 빵은 남게 되는 원리가 담겨 있다고 했다. 숱한 선지식과 영성가들이 ‘비움’과 ‘내려놓음’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다. 바로 무한가능성, ‘0’에 닿기 위함이다.
『언어로 이루는 자기완성』의 저자인 대구 경북여고 국어교사인 배광호(51) 씨도 만났다. “예전의 국어 수업은 문제풀이에 집중했죠. 그랬더니 선생도, 학생도 ‘문제 푸는 기계’가 되더군요. 정작 시를 읽고, 논술을 쓰고, 자신의 삶을 대할 때 아이들에게 ‘내면의 힘’이 없더군요.” 그래서 교과서를 만들었다. 아이들 속의 무한한 가능성, 그 ‘내면의 힘’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실제 수업 시간에 이 책을 함께 써요. 이젠 아이들이 ‘선생님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해요.”
음악 교과서 ‘생명을 키우는 음악교육’을 쓴 최신혜(41·대구 계명문화대 생활음악과 외래교수) 씨는 “음악도 마음”이라고 했다. “자신의 피아노 소리가 딱딱하고 시끄럽다는 학생이 있었죠. 대학에 와선 고쳐질 줄 알았는데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는 그 학생에게 ‘악보 읽기’를 다시 가르쳤다. ‘음악은 모든 뜻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이다.
“작곡가의 마음을 봐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부터 봐야죠. 저는 그걸 ‘내청(內聽)’이라고 부르죠. ‘내 마음’을 알아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죠. 그때 악보가 보이는 겁니다. 그게 정말 ‘연습’이죠.”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위한 교육연구소’ 부설 IBG연수원은 교사, 학생, 일반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마음으로 배우는 교과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www.ibghome.net, 053-753-1471,1473
글·사진=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