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머무는 대해사
류은정(가명)
하늘은 별들이 가득차고
생명의 도량에는 법거량 넘치는데
거리를 헤매던 나는 겨우 대해사 도량에 앉는다
갑오년 보름 두고
헤어지는 연습 없이 떠난 님 생각하며
스님 앞에 읊조려 법문을 듣는 척 하는데
들리는 건 법문보다 어머니 음성
“얘야 법문 들으렴. 얘야 법문 들으렴”
정신 차려 고개들어보니 어머니는 간곳없고
금강경을 설해주시는 스님만 보이시고
삶에 지쳐있는 나에게 어렴풋이 들리는 내가 없는 도리
본 듯도 하고 낯설기도 한 내 기억 속의 법문들은
어머니를 보내고 헤매던 나를 깨워주었건만
나는 아직도 나를 찾지 못하고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 치 더 가까워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행회에 앉아 법담을 나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스님의 말씀에는
뭔지 모를 영혼의 울림이 전해온다.
가신님과 나는 둘이 아닌 불이성
내가 선 이 자리가 바로 그대로 법法의 자리임에
당신은 머나먼 깊은 산 속 차디찬 땅속에 계시지만
청정한 법의 자리에 늘 함께 하시기에
스님 법문만 들으면
언제나 대해사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