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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바로 보인다

색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바로 보인다
이방글(여 24세)

삼촌과 저는 아빠 생신 때 말다툼에 이어 약간의 몸 싸움이랄까 아니 삼촌에게 몇 대를 맞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삼촌과의 사이는 서먹해지고 멀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입원하신 병원에도 삼촌은 발길을 끊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집에 삼촌이 와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삼촌이 계신 집에 가는 것이 두려웠으나 이것 저것 챙길 것이 있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엄청 가기 싫고, 삼촌과 부딪혀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짜증이 나고 머리까지 아프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문득 이모가 일러준 말이 생각났습니다.
“겁먹지 말고 신경쓰지도 마라. 그까짓 것 삼촌이 때리면 맞고 이번에는 피하지 말고 해봐!”
“그래, 내가 두려워할 게 뭐 있어!” 하면서 동시에 스님께서 일러주신 법문도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하는 일에 내 몸은 교통수단일 뿐입니다.” 이 말들을 계속 되새겼습니다. 아니 스스로에게 부탁을 했다고 할까요?
“마음아, 부탁한다. 삼촌과 부딪혀야 할텐데….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제발 그 상황에 맞게 네가 알아서 잘 대처해줘. 난 껍데기일 뿐이니 네가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마음으로 잘 해결해줘….”

이렇게 스스로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되새김질을 하듯 계속 말을 하고 나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삼촌이 얘기를 하자며 저를 부르셨습니다.
대화를 하던 중 삼촌은 “네가 이 집을 짊어지고 가야한다.” 란 말씀을 하셨는데 입으로는 “네” 라고 하고 속으로는 ‘저 말은 내가 아니라 이 집의 가장인 남동생에게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라고 마음으로 대답하고 지웠습니다.
또 삼촌은 “이 집에 기대지마라. 이 집에 기대려고 하니?”라고 하시길래 전 또 입으로는  “아니요” 라고만 하고 속으로는  ‘내가 언제 집에 기대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라고 마음으로 대답하고 다시 지웠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삼촌은 편안하게 얘기를 끝내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삼촌과 인사를 하고 방에 와서 누워있으니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집에 오기 전의 두려워하고 걱정했던 내 모습이 너무 우스웠습니다.

“오만가지의 걱정들은 다 쓸 데 없는 것이었구나. 별 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크게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다 그 색으로만 보인다는 사실…. 빨간 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은 온통 빨간 세상이고 초록 안경을 끼고 보면 또 세상은 온통 초록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바로 내 마음의 색깔대로 세상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색안경을 벗고 나서 세상을 봐야 똑바로 볼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오기 전에 저는 색안경을 끼고 삼촌에 대해 생각하고 일어날 일들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삼촌을 싫어하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모든 일들을 비추니 그렇게 두렵고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의 색안경을 벗고 놓는 마음으로 삼촌을 대했더니 집에 오기 전에 걱정했던 일들은 다 사라지고 대화가 잘 끝났습니다.

결국 삼촌을 싫어하는 마음의 색안경이 온통 모든 일들을 어렵고 힘들게 보이게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원인은 삼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이제 그 원인을 알았으니 내 마음의 고정된 색안경을 벗고 상대를 바로 보는 힘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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