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를 통과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
조묘선(여 24세)
지난 3월 설레는 가슴을 안고 교단에 서게 된 나는 새내기 교사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늘 새롭고 즐거운 것을 보면 교사가 되길 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내가 교사가 된 것은 필연인 것 같다. 중학생 시절 만난 스님께서 경영에 관심 있던 나에게 “사람을 경영하고, 길러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신 이후로 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매주 열리는 학생회 법회를 통해서 내가 가진 여러 의문들과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그렇게 마음공부와 학교공부를 꾸준히 하며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던 대로 교육대학교에 입학했다.
교육대학교 생활은 전 과목에 걸친 각종 과제와 아르바이트, 영어공부 등으로 바빴다. 공부 방식 또한 고등학교 때의 공부와 성격이 좀 달랐다. 내가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지식을 생산해내야 했다. 또한 수업의 방식도 강의를 듣는 것 보다는 학생들끼리 토론하거나 준비해온 내용을 발표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교육철학이나 도덕 교육과 같은 과목은 나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글로 표현하고 토론하는 과목이었다. 그래서 일반학생들이 어려워하고 멀리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법회를 통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토론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깊이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도 연습이 되어있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스님께 마음공부를 배우면서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현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뜻을 볼 수 있는 속눈이 생겼고, 따라서 또래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사고의 폭과 깊이가 달라져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대학교에도 위기가 왔다. 이전까지는 교육대학교에 입학하여 4년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면 대부분이 교사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교사를 적게 뽑아서 경쟁률이 점점 늘어나게 된 것이다. 우리 중 절반 가까이가 선생님이 될 수 없다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내 마음 속에는 불안이 자리 잡았다. 그때가 2학년 겨울이었다. 모두 비슷한 성적으로 입학한 친구,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어디에서든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난 더 마음이 바빠졌다. 많은 갈등을 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 예전과 상황이 바뀐 교육대학교의 현실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했고, 그토록 내가 교대에 들어가기를 원했던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바뀐 것이고 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학교생활의 모든 초점은 임용고시를 향했다. 각종 과제와 시험도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 위해 더 열심히 애써서 해야 했고, 가산점을 따기 위해 토익시험 공부와 컴퓨터 자격증 공부까지 겸해야 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늘 바빴다. 그렇게 3학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그야말로 임용고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수험생이 되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속 커다란 불안감이 나 자신을 정말 힘들게 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형편이 상당히 어려웠고, 아버지께서는 사업차 2년 전 외국에 나가셨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돌아오지 못하고 계셨다. 군을 제대한 오빠도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무조건 임용고시에 합격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시험에 떨어져 또다시 준비하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빨리 수험생을 벗어나고 싶었고, 따라서 현실이 행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에게 늘 빛이 되어주던 시간이 있었다. 바로 매주 나가던 청년회 법회였다. 법회를 통해서 나는 내 마음을 하나하나 점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스님께서 “선생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고, 자신의 마음이 선생님의 마음이 된다면 진짜 선생님이 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불합격하고를 떠나 내가 진정한 선생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이 암흑의 터널 같은 상황을 내가 진정한 선생님으로 거듭 나기위해 나를 넓히는 중요한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임용고시에 합격할 까, 하지 못할까 마음속으로 시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해야 하는 공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늘 따라 다녔다. 내가 합격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내려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법문을 듣고 법회를 하는 동안에는 ‘그래, 내려놓자. 합격, 불합격에 연연하지 말고 공부하자.’해 놓고도 학교에 가면 곧장 합격하지 못할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올라왔었다. 내려놓으려 애를 쓰면 쓸수록 더 붙잡게 되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나를 또 탓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수험생활을 하며 시간은 지나고, 드디어 임용고시가 다가왔다. 임용고시 1차 시험을 치기 3일전 법회. 정말 급하면 놓아진다더니 드디어 난 내마음속 저변에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그 불안감마저도 놓을 수 있었다. 법회도중 “본래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가 완전하고 원래 안정되어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그토록 놓아지지 않던 불안감이 일시에 사라져 버렸다. 그 말씀을 통하여 이제까지 내가 선생님이 되어야 안정되고, 무언가를 가져야 안정된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본래 잡을 것이 없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무엇이든 오는 대로 받으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마음이 너무나 고요해 졌다. 본래 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내가 굳이 무언가를 잡고 의지하려 하지 않아도 됐고, 그래서 오히려 더 편안했다. 마치 마음속에 디딜 땅이 생긴 것처럼 든든했다.
그리고 언젠가 스님께서 내려주신 ‘문제 속에 답이 있다’라는 법어가 떠올랐다. ‘그래,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어떤 문제도 오는 대로 받으리! 어떤 결과도 오는 대로 받으리!’ 난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시험장에 갔다. 정말 이번 시험문제는 문제를 잘 읽으면 문제 속에 문제의 맥락과 답의 단서가 제공되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2차 논술 시험에서는 더더욱 문제를 잘 읽고 논리적으로 답을 쓰는 것이 중요했다. 난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읽을 수 있었고, 법회시간에 법우들과 토론하던 실력을 발휘하여(법회시간에 길러진 창의력과 논리력을 발휘하여) 자신 있게 답을 쓸 수 있었다. 새로운 문제 형식에 당황해서 문제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답을 논리적으로 쓰지 못해서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난 오히려 2차 시험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 3차 면접과 수업시연도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임했다. 그렇게 무엇이든 오는 대로 받겠다는 마음으로 시험에 응시한 결과 드디어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다. 가족들 모두 나보다도 더 기뻐해 주었다. 이제껏 나의 힘이 되어준 가족과 스님, 법우들, 친구들 모두가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이때까지 바쁜 와중에도 법회에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공부를 한 것이 정말 나에게 큰 보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끌어 주시고 마음 써주신 스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어낸 나 자신이 뿌듯했다. 이렇게 힘들고 답답하고 어려운 문제 상황이 결국에는 더 큰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임용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며 난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문제가 오면 피할 필요가 없다.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풀면 되는 것이다. 정말 문제 속에는 반드시 답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고 서툰 것도 많은 초보 선생님이지만 내가 교사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선생님은 학생을 위해 존재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학생도 틀렸다 보지 않고 내 아이로 받아들여 길러내는 진짜 스승이 될 것이다. 스님께서 나를 이끌어 주셨듯이…. “조 선생. 파이팅!”
ps. 이렇게 살아있는 법문으로써 나를 이끌어 주신 내 삶의 참 스승이신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