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불경의 본질은 같아…영화도 '경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신학생인 도윤(백서빈 분)과 일곱 명의 친구들이 동굴에 모인다.
하나님은 먹지 말라고 할 선악과를 왜 창조했나, 행복을 왜 현재가 아닌 천국에서 찾아야 하나. 도발적인 질문들이 쏟아진다.
"죽어서 천국 가는 게 신앙생활의 최종 목적이라면, 빨리 믿고 그 믿음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죽어야 하는 거 아냐?"(은호·최이선 분)
"아담이 죄를 지었는데 왜 내가 죄가 있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왜 내 죄가 없어지는거야?"(주성·오경원 분)
감독 대해스님(58·본명 유영의)은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한국 측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124분의 러닝타임 내내 신학생들은 팽팽한 토론으로 예수의 본질을 추적한다. 어두운 밀실에서 배우들이 치고받는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영화 '맨 프롬 어스'를 연상시킨다.
최근 귀국한 대해스님은 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주연배우 백서빈(33)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불제자가 기독교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변하지 않는 본질을 담은 게 성경, 불경과 같은 '경(經)'입니다. 뿌리로 내려가면 본질은 모두 같습니다. 변치 않는 진리를 영화로 만들면 '영화경'이지요. 영화라면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이해하기 쉬울 테고, 세상은 아름다워지겠지요."
스님은 "인간의 내면에 하나님이 있는 건데, 오늘날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라고 인간과 분리해 뚝 떼어내 버린다. 그러니까 왜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면 엉망진창인 세상을 고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긴다"며 "영화를 통해 의문을 풀고 본질을 회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스님이 계속 수행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수행만 하면 누가 진리를 가르치느냐.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은 뒤 49년 동안 설(說)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주연을 맡은 백서빈은 배우 백윤식(70)의 둘째 아들이다. 재능 기부로 이 영화에 참여한 그는 아버지가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았다.
백서빈은 "15일간 한두 시간밖에 못 자면서 촬영했는데, 주 무대였던 동굴은 들어서는 순간 아늑함이 느껴지는 신기한 공간이었다"며 "감독님이 롱테이크를 좋아하셔서 연극 하듯 호흡을 쭉 이어갔다"고 말했다.
또한, '한 번의 믿음으로 영원히 천국과 지옥이 나뉜다면 인생이 한 판의 도박 아닐까'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사람들이 천국에 가고 싶어서 회개하고도 또 죄를 짓지 않느냐. 아등바등하는 동안 현실에서는 행복을 못 찾는 게 아닌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대해스님의 필모그래피는 촘촘하다.
2007년 5분짜리 첫 단편영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시작으로 91편의 중·단편영화를 만들어 불교 매체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했다.
'산상수훈'이 정식 개봉된다면, 극장 스크린에 걸리는 스님의 첫 번째 영화가 된다.
그는 "4대 성인에 대한 영화를 구상했었다"며 "소크라테스와 예수에 대한 영화는 만들었으니, 앞으로는 부처님과 공자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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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7/06 16:2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