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 가운데 한국인들은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주로 읽는다. 금강경은 '무아(無我)' 즉 내가 없다는 것을 수행하는 데 유용하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표현이 있는 반야심경은 세상을 전체로 바라봐주게 한다. 화엄경은 모든 불교 경전을 총망라해 집대성한 책으로 양이 방대하다.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좀 벅찬 구석이 있다.
그래서 영화 80여 편과 다양한 교육 서적을 낸 조계종 국제선원장인 대해(大海) 스님(57)이 나섰다.
화엄경 고려대장경 한문 80권본을 한글 60권으로 완역한 스님은 4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땅에 금덩이가 있으면 사람들이 마구 찾으려 할 텐데, 그보다 더 좋은 경전은 사람들이 읽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한글이라 쉬울뿐더러 원뜻에 어긋나지 않게 번역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스님은 인간이 살면서 마주하는 본질과 현상을 '금반지'에 비유해 설명했다.
"금을 가지고 반지 혹은 시계, 목걸이를 만들어도 금은 사라지지 않아요. 시계나 반지는 현상이고 금은 본질이죠. 인간은 현상을 보고 고통을 받아요. 화엄경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특성을 써놨기 때문에 바로 일상에서 적용 가능하죠. 인간관계나 삶의 문제 해결왕이라 할까요."
구체적으로 부부관계 문제가 발생할 때 '나'를 탁 내려놓으면 상대방의 마음이 보여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내'가 없으면 무한 통신이에요. 수행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죠."
스님은 공부하기 싫은 아이가 "마음 공부 하면 학교 공부 안 해도 돼요?"라고 질문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마음 공부와 학교 공부가 둘이 아니니까 다 해야 한다고 했어요. 게임을 하려면 게임 규칙을 배워야 하듯, 사회생활을 하려면 배워야 하니까요.
공부가 경쟁으로 가버리니까 어려운 것이죠." 어린이법회도 수십 년간 운영했던 스님은 이번 화엄경 완역과 더불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성교육 게임카드 '법왕자'를 제작했다. 무외성(無畏性)이라는 카드에는 "우리의 본질은 금강과 같아서 절대로 깨어지지 않고, 무너지지도 않아요. 본래부터 당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향휘 기자]
기사원문 보기: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3243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