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생활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어떻게 하지?” 내면에 물어보았습니다.
고정된 틀 깨기 ① - 식단
대해사 국제선원에서 청정생활운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청정생활운동 안내 프린트 물을 쭉 살펴보았지만 평소에도 나름대로 알뜰하게 살았기 때문에 별로 줄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주부니까 반찬 한 가지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부터 장을 안보고 냉동실에 있는 걸 하나씩 꺼내먹고 비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딸아이가 반찬에 대해서 불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자전거 여행을 한 달 정도 다녀온 아들이 집에 오더니만 지적을 하였습니다.
“우리 집에는 반찬이 너무 많아요, 시골에 한 번 가봐요. 된장과 김치만 있으면 밥 먹어요.” 하면서 누나에게 제가 할 말을 다하면서 아무 소리 못하게 해주었습니다. 또 그렇게 해서 아무 탈 없이 잘 진행이 되어갔습니다.
고정된 틀 깨기 ② - 승용차 이용 줄이기
“또 뭐가 있을까?”하고 생각 끝에 승용차 이용을 반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평소 기름 값이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들었는데 3일만 타고 나머지는 버스를 이용하면 10만 원 정도가 절약되니 반찬값 절약한 것과 보태면 생활비가 절약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승용차 이용을 반으로 줄이는 것을 실천한 지 한두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옆에 동료가 동촌에서 우리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고 했습니다.
그 때 “아, 이 친구는 그냥 오는 것이겠지만 나한테는 그게 아니고 내가 마음을 내니까 부처님께서 이런 조건을 만들어 주시는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와 저는 번갈아 가면서 3일씩 차를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 때는 모르고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지나고 보니까 세상은 하나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고 “마음을 냈기에 그렇게 모든 일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활비를 절약 할 수 있었습니다.
고정된 틀 깨기 ③ - 결혼
그러던 중에 저는 딸 결혼을 시키면서 청정생활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세상에서 제 딸이 제일인 줄만 알았고,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고정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딸은 공무원으로 시골에 할머니 집 부근으로 발령을 받아 할머니 집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혼기가 차서 결혼을 시켜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같은 직장에 있는 동료와 결혼을 하겠다고 얘기를 꺼내었습니다.
결혼 상대가 있다고 진짜 힘들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상대자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마음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평소 제가 이런 사위는 안 된다고 생각하던 모든 기준에 딱딱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하고 얘기를 잘랐습니다. 다음날 가까운 친지의 결혼식이 있어 딸과 함께 예식장에 가면서 “네가 힘들까봐서 그러는 거야!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하고 윽박질렀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게요.”라고 말했습니다.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예식이 끝나고 돌아오면서 주차장 차 안에서 딸에게 막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착한 딸이라서 평소에는 큰소리 한번 낼 일이 없었지만, 그 때는 제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올라오는 대로 막 해댔더니 딸이 오들오들 떨면서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순간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쓰며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날 밤 “이렇게 된 것도 이유가 있겠구나!” 하고 본성本性 자리에 놓았습니다. 그래도 올라왔습니다. 또 청정법신불에 놓았습니다. 순간,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것이고, 좋고 나쁜 게 없는데 못나고 잘나고가 어디 있는가? 아! 내가 분별을 하고 있구나! 맞아! 결혼은 내가 하는 게 아니고 딸이 하는데 내 기준에 안 맞는다고 못할게 아니구나. 공부하는 내가 이러면 안 되지. 너 공부하는 보살菩薩이 맞니? 보살菩薩이라면 구렁텅이에 빠져 있어도 건져 주어야 하는 건데……. 아! 이게 아니구나. 자기와 결혼할 사람을 자기가 좋다는데. 그래, 그 사람이 나중에 대통령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으며, 여기 공무원이나 저기 공무원이나 다 똑같잖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모두가 제 고정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딸에게 “미안하다. 내 고정된 생각 때문에 못할 소리를 했구나. 진정 미안하고 너는 연애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 사람과 당당하게 잘 해봐라. 세상에서 내 남자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그 결혼을 해라.” 하고 나니 이제는 남편이 걱정이었습니다. 잘난 ‘내’가 있어서 남편이 “당신 때문에 저렇다.”고 야단칠까 봐 그것을 듣기 싫어하고 깨지기 싫어하는 상相이 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것도 청정법신불淸淨法身佛에 다 놓자. 내가 없는데 욕하면 들으면 되고, 야단치면 야단맞으면 되고, 내가 없고 당신 말이 맞는 거지…….” 하고 돌리면서 제자리를 점검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시어머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식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어머님은 다 안고 감싸며 사랑으로 도닥거리는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부모잖아! 야단만 칠게 아니구나……. 용기를 주자!”하면서 “시어머님이 가슴이 내려앉은 심정이 이것이었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공부를 하니까 이해도 금방 되고 마음에 정리가 되어서 고요하지만 저 딸은 얼마나 힘이 들까?” 시어머님 말씀에 속이 아리다는 표현이 딱 그 심정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를 공부시키려고 우리 집 식구들이 알게 해주려고 이런 환경을 주셨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는 모든 게 편안하고 “내가 중심을 잡고 있으니 남편은 언젠가는 허락을 하겠지. 때가 오겠지. 기다려보자!” 하고 놓고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을 때 할아버지가 부처님으로, 원만보신불圓滿報身佛로 나투셔서 남편도 한 번에 허락을 하게 했습니다. 딸이 시골 할머니 집에 있다 보니 할아버지께서 신랑 될 사람에 대해서 알고 계셔서 “내가 그 아이가 만나는 사람을 아는데 사람도 괜찮고 또 과년한 딸을 오래두면 안 된다.”하시며 빨리 결혼을 시키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딸의 결혼을 허락해야 하겠다고 제 마음의 결정을 하고 보니까 단점이 장점으로 변했고 모든 게 좋았으며 평소에 내 안에서 바라던 사윗감이란 걸 느끼면서 “좋은 인연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로 인해서 내면의 청소를 깨끗하게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조건이 맞아야 나온다.” 이 조건이 아니었다면 이런 맛은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딸의 결혼이 아니었으면 저의 고정된 틀을 깨는 맛은 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고정된 틀이 깨져 청정의 씨앗이 발아하고
밝은 거울에 틀이 없는데 좋다 나쁘다, 높다 낮다,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 하는 제가 가지고 있는 틀이 있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사위 될 사람은 그대로였는데 제 고정된 틀에 의해 안 되는 사람이었다가 그 고정된 틀을 내려놓고 청정한 보살의 마음을 내니, 좋은 인연으로 다가오는 것을 체험하면서 거울에 비친 상相이, 상相이 아니라 제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공부를 하지 않아 제 고정관념을 계속 고집하였다면 딸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의 틀을 내려놓으니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딸과의 관계도 사위와의 관계도 일체 모든 관계들이 청정하여지는 것을 체험하면서 이것이 청정생활운동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선악의 고정된 관념으로 척박해진 제 마음 밭에 청정의 씨앗을 뿌려 옥토로 일구어주신 대해스님께 이렇게나마 감사의 마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