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갚은 빚

대해스님 밑에서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마음이 실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알고 나니 여태까지 범했던 오류를 알게 되었고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의 이유를 정말로 알게 되었다. 여태까지 내가 범했던 오류는 늘 머리로 계산하여 살아 왔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나의 마음이 그러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계산으로 그러한 시늉은 잘 했지만 거기에는 나의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았었다.  

 

예를 들어 빚 갚는 부분도 그러했다. 친구의 보증사고로 갑자기 빚이 많아졌던 1999년도에 나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었다. 가족이면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 것 내놓으라는 식으로 가족들에게 말을 했고, 가족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 함부로 친구의 보증을 서주어서 빚을 많이 지게 된 점에 대한 질책을 하였고 거기에 대해 나는 화를 내고 감정적인 싸움을 했다. 결국 도움을 받지 못한 나는 경제적으로 아주 심한 고초를 겪었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에 대해스님을 친견하게 되었고 대해스님께서 빚 갚는 것이 꼭 돈으로만 갚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도 갚을 수가 있다고 하시면서 예를 들어 빚쟁이들이 와서 빚 갚지 않는다고 아무리 욕하고 행패를 부려도 대응하지 않고, 정말 내가 죽어서 그 욕을 그대로 다 들을 수 있으면, 빚쟁이도 나중에는 불쌍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욕먹은 만큼 빚을 갚게 된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는 느낀 바가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게 되었다. 장례를 치르면서 부조금이 들어왔다. , 형수, , 여동생 모두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많은 부조금이 접수되었고 장례를 치르고도 상당한 금액이 남았다. 그 중 형에게 들어온 부조금이 제일 많았었다. 그러나 나는 형하고 평소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형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고 형을 늘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장례를 치르 고 남은 부조금에 대해 형은 연세 드신 아버님도 계시고 집안에 큰일이 생겼을 때나 아이들 장학금으로 쓰기 위해 은행에 장기예금으로 묶어 두겠다고 했다.

 

나는 어려운 내 형편을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어머님을 모신 나에게 빚을 갚으라고 남은 부조금을 주지 않은 것에대해 서운하고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그 순간 대해스님께서 빚 갚는 방법에 대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그 돈은 비록 내가 어머님을 모셨고 또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당연히 내가 가져야 할 돈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형에게 도와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와주면 정말 감사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형에게 그 돈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하고 사실 그 일로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나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형은 나에게 빚진 부분에 대해 나무라는 말은 했지만 그 부조금을 나에게 주었고 그 부조금으로 빚진 돈의 많은  부분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 병 수발 한다고는 했지만 잘 모시지도 못하고 불효만 했었는데 어머니의 사랑은 죽어서도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고 가시는구나 생각하니 눈물도 많이 났다. 그리고 형이 나에게 돈을 주지 않은 이유는 착한 척 하느라고 친구들에게 덥석 보증이나 서 주고 하는 내가 미덥지 못해서였고, 또한 당시 빚 액수가 너무 커 형이 도와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자칫 잘못하면 형까지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 가정을 책임져야 할 입장에 있는 형으로서는 아무리 동생이 어려워도 쉽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죽지 않고 나라는 상을 계속 내세우고 있었다면 가족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빚도 갚지 못하였을 것인데 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이 마음공부를 함으로써 가족들과도 원만해지고 빚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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